상방은 이자이고 하방은 원금이다

대여라는 계약에 대하여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거래를 여러 해에 걸쳐 여러 건 했다. 그중 상당수가 회수되지 않았다.

각각의 건에는 각각의 사정이 있었지만, 실패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몇 개로 압축된다. 그리고 압축된 지점에서 보면, 개별 건의 문제가 아니라 빌려준다는 행위 자체의 문제가 남는다.

신용등급이 하는 일

한국에서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 이상이 투자적격이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BB, CCC가 있고, 그보다 아래에 등급이 아예 없는 영역이 있다.

나는 등급이 없는 법인에 빌려주었다. 등급이 없는 개인에게도 빌려주었다. 그중에는 확인했더라면 상환 능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을 상대도 있었다.

등급이 낮다는 것보다 등급이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한 정보다. 등급이 없다는 것은 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뜻이고, 평가를 받지 않은 이유는 대개 둘 중 하나다.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거나, 평가가 필요 없는 경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거나.

두 번째 경로가 바로 나 같은 개인이다. 등급이 없어도, 심사가 없어도, 서류 몇 장과 만남 몇 번으로 자금이 나오는 경로. 그 경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담보는 위험을 없애지 않는다

무담보 대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랫동안 내 기준이었다. 담보가 있으면 통과, 없으면 거절. 이 기준이 나를 보호한다고 믿었다.

담보물에는 세 개의 층이 있다.

첫째는 서류다. 존재하는가, 형식을 갖추었는가. 이 층은 확인하기 쉽고, 그래서 대부분의 검토가 여기서 끝난다.

둘째는 발행 주체다. 그 담보물을 발행하거나 제공한 주체의 신용 상태. 여기에 핵심이 있다. 담보물의 가치는 그것을 발행한 주체의 신용을 넘어설 수 없다. 신용등급을 받을 수 없는 회사가 발행한 증권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없는 증권이다. 그런 담보를 잡는 것은 그 회사에 무담보로 빌려주는 것과 실질이 같다.

셋째는 그것이 진짜 그것인가이다. 서류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서류가 표상하는 권리가 실재한다는 것은 다르다. 이 층은 서류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고, 발행 주체의 장부와 명의 관계를 별도로 확인해야 확인된다.

나는 첫째 층을 보고 검토를 마쳤다.

그런데 담보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담보를 요구한다는 것은, 이 거래에 상대의 신용만으로는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신용이 충분한 상대는 담보 없이 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로 빌린다. 담보가 필요한 거래가 나에게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정보였다. 나는 담보를 위험의 해소로 읽었는데, 담보는 위험의 표지였다.

전업의 영역이라는 것

돈을 빌려주는 일은 은행의 전업이다.

은행에는 심사 조직이 있고, 신용평가 모형이 있고, 담보 평가 절차가 있고, 수십 년치 대손 데이터가 있고, 여신위원회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수천 건으로 분산하고 충당금을 미리 쌓는다. 그렇게 하고도 대손은 발생한다. 발생을 전제로 사업 구조가 짜여 있는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리서치 조직, 실사 절차, 투자심의위원회, 사후 관리. 그렇게 하고도 틀린다.

나는 그중 무엇도 갖추지 않은 채, 훨씬 적은 건수로, 훨씬 낮은 신용의 상대에게 같은 일을 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서류 몇 장을 보고, 며칠 안에 결정했다.

이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 절차를 알고 있었다. 다만 내 돈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하지 않는다

담보를 더 잘 평가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담보 평가는 전업 조직이 시스템을 갖추고 하는 일이고, 그들도 틀린다.

그래서 지금은 앞 단계에서 끊는다. 담보가 필요한 거래인지를 먼저 보고, 필요하다면 그 자리에서 끝낸다.

담보는 위험을 없애지 않는다.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