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오피스란 무엇인가

Family Office - A reference Document

한 가문이 한 세대를 넘어 지속하기 위한
사무국에 대하여


서문 - 이 문서가 만들어진 자리

이 문서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라는 개념을 — 한국에서 처음 접하는 분들도 차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 정리한 reference document입니다.

패밀리오피스는 글로벌에서는 한 세기 반의 역사를 가진 개념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은 흔히 록펠러나 모건처럼 거대한 가문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와 상관없는 세계”로 분류하기 쉽습니다.

이 문서는 그 분류를 다시 살펴보기 위한 글입니다. 패밀리오피스는 얼마나 큰 자산을 가진 가문이 만드는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가문이 한 세대를 넘어 지속하기 위해 어떤 형식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형식은 — 최근 10년 사이에 — 훨씬 작은 규모의 가문에게도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문서는 11개의 질문과 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어서 패밀리오피스의 자산 운용 방식이 일반 자산운용사와 어떻게 다른지를 6가지 차이로 정리합니다. 마지막에는 — 후손의 깊이 부재라는 정직한 현실에 대한 — 답을 함께 다룹니다.

이 문서는 한 가문이 한 세대를 넘어 지속하기 위해 어떤 사고가 필요한가에 대한 정리입니다.

Part 1.  패밀리오피스란 무엇인가

Q1.  패밀리오피스란 무엇입니까

패밀리오피스는 한 가문이 자신의 자본·자산·가족 거버넌스를 통합 운영하기 위해 만든 사적 조직입니다. 외부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지 않으며, 영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가문 내부의 사무국에 가깝습니다.

이 단어의 기원은 19세기 중반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38년 J.P. Morgan의 부친 Junius Spencer Morgan이 가문의 자산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House of Morgan을 설립했고, 1882년에는 John D. Rockefeller가 Rockefeller 가문의 자산·자선·다음 세대 교육을 통합하기 위해 별도의 사무국을 두었습니다. 이 Rockefeller 가문의 사무국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의미의 첫 패밀리오피스로 통상 인정됩니다.

그러나 패밀리오피스의 본질은 록펠러라는 이름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가문이 한 사람의 머릿속을 넘어 시스템 안에서 지속되도록 만들겠다는 결정 — 그 결정 자체에 있습니다. 록펠러 가문이 했던 것은 그 결정을 가장 일찍, 가장 분명하게 한 것이었습니다.

Q2.  그 본질을 좀 더 정확히 정의한다면

패밀리오피스의 본질은 한 단어로 요약됩니다 — principal.

Principal은 영어에서 주체·본체·당사자를 의미합니다. 어떤 거래나 결정의 주인입니다. 이 단어와 짝을 이루는 것이 agent 또는 service provider —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일을 대신 수행하는 자입니다.

금융과 법률의 세계는 이 두 역할로 구성됩니다.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법무법인·회계법인·신탁회사·private bank — 이 모든 entity는 service provider입니다. 외부 고객의 의뢰를 받아 보수를 받고 용역을 제공합니다.

패밀리오피스는 이와 정반대 자리에 있습니다. 자기 가문의 자산·법률·세무·거버넌스에 대한 의사결정을 — 외부에 위임하지 않고 자기가 내리는 — 주체(principal)입니다. 외부 service provider를 활용하되, 그들의 자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가문의 맥락에서 통합 판단합니다. 이 통합 판단의 자리가 곧 패밀리오피스입니다.

이 구분은 economic relationship의 양 끝입니다. Service provider가 principal이 될 수 없고, principal이 service provider가 될 수도 없습니다. 두 역할의 incentive 구조와 책임의 위치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Q3.  그러면 한국에서 증권사·로펌이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위의 정의가 분명해지면 —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분명해집니다.

법무법인이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의 본질은 — 한국 변호사법의 framework 안에서 — 법률자문 용역입니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입니다. 신탁회사가 제공하는 것은 신탁업입니다. 이들은 모두 service provider의 service이며, 각자의 영역에서 가문이 활용해야 할 유용한 자원입니다.

다만 이 service들은 — 그 자체로 — 패밀리오피스가 아닙니다. 가문이 외부에서 구매하는 service들의 모음입니다. 이 service들을 선별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가문의 맥락에서 통합 판단할 주체는 가문 내부에 있어야 하며, 그 주체가 곧 SFO입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의사결정의 책임을 지는가의 문제입니다. 법무법인은 법률자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증권사는 투자자문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가문 전체의 운명에 대한 책임은 — 어떤 service provider도 질 수 없습니다. 그 책임은 가문 자체가 — principal로서 — 짊어져야 하는 책임입니다.

Q4.  그러면 글로벌 “Multi-Family Office (MFO)”는 어떻게 분류됩니까

이 부분은 정확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MFO 중 일부는 — 진짜 패밀리오피스의 한 형태로 — 인정됩니다. 그러나 이는 그 entity들이 가문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Bessemer Trust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1907년 Henry Phipps(Carnegie Steel의 공동 창립자)가 자신의 가문 자산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SFO에서 시작했습니다. 100년 이상 가문의 stewardship에 집중한 후 — 다른 가문들에게도 같은 양식의 service를 제공하면서 MFO로 진화했습니다. Pictet Group(스위스, 1805년 설립)도 마찬가지로 — 가문 단위의 private banking 전통에서 출발해 multi-family service로 확장된 사례입니다. 이 entity들은 서비스를 팔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가 아니라 가문에서 출발하여 산업이 된 사례입니다.

이는 이미 존재하던 영리 금융 사업의 한 부서를 어느 시점에 “Family Office Service”로 rebranding하는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후자가 부정직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후자도 가문에게 유용한 service를 제공할 수 있고, 한국 금융기관들이 이 영역에 진출하는 것 자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진화입니다. 다만 두 layer 사이의 차이를 reader가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 가문이 무엇을 구매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구매에도 불구하고 가문 내부에 무엇이 여전히 필요한지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글로벌 family office 산업은 다음 세 layer로 정리됩니다.

Single Family Office (SFO)
한 가문의 principal — 외부 client 없음, 가문 자체가 운영 대상

Multi-Family Office (MFO)
복수 가문에게 service 제공 — 통상 가문에서 출발한 역사적 배경

금융기관의 Family Office Practice
글로벌 PB·wealth manager의 부서 — 영리 금융 사업의 한 형태

뒤의 두 layer는 가문이 활용하는 자원입니다. 그러나 가문이 되는 것은 첫 번째 layer뿐입니다.

Q5.  한국에서 SFO를 운영한다면 어떤 법적 형태로 설립합니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법적 형태는 SFO의 본질이 아닙니다. SFO의 본질은 주식회사도 유한회사도 아니고 — 사고방식과 체계입니다. 한 가문이 자신의 자산·가족·다음 세대를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그 사고를 시스템화하여 한 사람의 생존에 의존하지 않도록 만드는 — 그 운영 양식 자체가 SFO입니다.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그 양식을 담는 그릇이지, 내용물이 아닙니다.

이 점이 분명한 상태에서 —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형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회사 법인. 가장 보편적인 형태입니다. 가족 구성원이 주주가 되고, 가문 자산을 회사 명의로 보유·운영합니다. 한국 세제·법제가 가장 잘 정비되어 있어 —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고 운영이 복잡해지는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됩니다.

유한회사 또는 유한책임회사.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싶은 가문이 선택합니다. 공시 의무가 주식회사보다 가볍습니다.

개인 단위 운영. 별도 법인 없이, 가족 구성원 개인 명의로 자산을 보유·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자산 규모가 비교적 작거나, 법인 운영의 부담을 피하고 싶은 단계에서 선택됩니다. 이 경우에도 가문 내부에 SFO의 사고방식과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면 본질적으로는 SFO입니다.

공익재단·가족재단. 자산의 일부를 별도 재단으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세제·사회적 정당성·세대 간 자산 이전의 framework를 동시에 추구하는 가문이 활용합니다.

해외 entity의 병행 운영. 자산이 글로벌로 확장되는 단계에서는 — 한국 법인 외에 미국 LLC, 싱가폴 13O/13U fund, 케이맨/BVI holding company 등이 함께 운영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가문에 따라 이 형태들이 단독으로 또는 조합으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를 택하든 — 형식이 본질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본질은 그 형식 안에 어떤 사고방식과 체계가 담겨 있는가입니다.

Q6.  패밀리오피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합니까

UBS와 Campden Wealth가 매년 발간하는 Global Family Office Report는 글로벌 SFO들이 실제로 다루는 영역을 다음 8가지로 정리합니다.

투자 운용 (Investment Management). 글로벌 자산배분, 상장주식·채권·사모투자·벤처·부동산·헤지펀드·실물자산·Pre-IPO 직접 투자.

세무·법무 구조 설계 (Tax & Legal Structuring). 다국적 자산 보유 구조, 상속·증여 계획, 신탁, 가족 재단, 다국적 거주·시민권 전략.

거버넌스 (Family Governance). 가족 헌법, 가족 의회, 의사결정 framework, 세대 간 갈등 조정, 가족 회의 운영.

위험관리 (Risk Management). 보험, 가족 구성원의 신변 안전, 사이버 보안, 평판 관리, 정치·지정학 리스크 모니터링.

라이프스타일 지원 (Concierge & Lifestyle). 부동산 관리, 항공기·요트, 해외 거주·교육 지원.

Philanthropy (자선·재단 운영). 가문의 가치관을 사회와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구조적 mechanism.

Reporting & Consolidation. 가문 전체 자산의 통합 reporting — 의사결정의 토대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layer.

다음 세대 교육 (Next-Generation Education). 자녀의 자산 운용 능력, 가문의 사고 양식과 가치관의 전수.

이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는 가문마다 답이 다릅니다. 그러나 모든 SFO가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한 가지는 — 마지막 항목, 다음 세대 교육이 없으면 다른 모든 영역이 한 세대 안에 의미를 잃는다는 것입니다.

Part 2.  거대 가문만의 영역인가

Q7.  그러면 결국 록펠러 같은 거대 가문의 이야기 아닙니까. 일반 자산가에게 이것이 가능합니까

가장 자주 마주치는 질문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 최근 10년 사이에 —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역사적 맥락. 글로벌 패밀리오피스의 원형이 형성된 19세기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약 한 세기 반 동안, 패밀리오피스는 사실상 거대 가문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글로벌 자산배분, 다국적 세무·법무, 신탁 구조, 통합 reporting을 처리하려면 — 투자·법률·세무·회계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그룹을 상시 유지해야 했고, 이 인력 비용이 패밀리오피스 운영의 가장 큰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경험칙으로, 연 운영비는 운용자산의 0.5~1.0% 수준입니다. 이 비율이 economically sustainable하려면 — 즉 운영비가 자산에서 발생하는 운용 수익을 압도하지 않으려면 — 통상 운용자산 $100 million(약 1,400억 원) 이상, 본격적인 in-house 모델로 운영하려면 $250 million(약 3,500억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거론되어 왔습니다.

이 임계점이 — 한 세기 반 동안 — 패밀리오피스를 거대 가문의 영역으로 묶어둔 구조적 이유였습니다.

Q8.  무엇이 그 임계점을 무너뜨리고 있습니까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째, AI의 등장. 패밀리오피스 운영비의 대부분은 — 부동산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 사람의 시간이었습니다. 시장 리서치, 다국적 세무 분석, 법률 검토, portfolio reporting, 거시 thesis 정리 — 이 모든 영역이 전통적으로는 인간 전문가의 시간으로 채워지는 영역이었습니다.

2022년 이후 등장한 large language model은 이 영역의 상당 부분을 — 인간 전문가의 시간의 보조 또는 대체로 —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macro 분석, 다국적 세제 비교, 법률 문서 1차 검토, portfolio 통합 reporting, research 노트 정리 등에서 — 과거에는 여러 명의 in-house 전문가가 필요했던 작업을 — 한 사람의 principal이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 자산 운영 인프라의 표준화. Interactive Brokers, Saxo Bank, 글로벌 custodian의 retail-급 service, 다국적 회계·법무 firm의 boutique service 등 — 과거에는 거대 가문에게만 접근 가능했던 인프라가 — 훨씬 작은 규모의 가문에게도 합리적 비용으로 접근 가능해졌습니다.

셋째, 한 사람의 principal에게 글로벌 시야가 이전된 것. 30년 전에는 글로벌 macro·다국적 자산배분·해외 부동산·실물자산을 한 사람이 통합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정도의 시야를 가진 사람은 글로벌 IB나 대형 운용사 안에만 존재했습니다. 지난 20년간 —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글로벌 시장을 직접 경험하고, 글로벌 자산을 직접 운영하면서 — 한국 안에서도 그 시야를 갖춘 개인 principal들이 등장했습니다.

세 변화를 합치면 — 과거 $250 million 이상에서나 가능했던 패밀리오피스 운영이, 훨씬 작은 규모의 가문에게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영역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Part 3.  자산 운용 방식의 본질적 차이

Q9.  패밀리오피스의 자산 운용 방식은 일반 자산운용사와 어떻게 다릅니까

이 질문은 자주 간과되지만 — 사실 패밀리오피스를 이해하는 가장 실용적인 입구입니다. 무엇을 다루는가는 같아 보여도 — 어떻게 다루는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여섯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시간 지평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헤지펀드는 분기·연 단위로 사고합니다. 일반 자산운용사는 fund의 만기인 5~10년 단위로 사고합니다. 채권 투자조차 가장 long-end가 30년입니다. 그러나 패밀리오피스는 — 가문이 한 세대를 넘어 지속한다는 것을 운영의 전제로 삼으므로 — 30년·60년·100년의 시간 단위로 사고합니다. 이 시간 지평의 차이가 — 자산 선택, 위험 평가, 성과 측정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둘째, 목표의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일반 자산운용사의 1차 목표는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alpha) — 시장보다 얼마나 잘했는가입니다. 패밀리오피스의 1차 목표는 자본 보전 후 실질 구매력의 유지와 성장 (real return after preservation) — 인플레이션과 세대 간 비용을 차감한 후에도 가문의 구매력이 보전되는가입니다. 전자는 얼마나 잘 이겼는가를 묻고, 후자는 얼마나 안전하게 지켰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셋째, 자산 비중의 구성이 다릅니다.

UBS Global Family Office Report 2024에 따르면 글로벌 SFO 평균 자산배분은 통상 상장주식 25~30%, 채권 15~20%, 사모투자·벤처·헤지펀드·부동산·실물자산을 합쳐 40~50% 수준입니다. 일반 기관투자자의 alternatives 비중이 통상 2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이는 장기 시간 지평이 유동성 프리미엄(illiquidity premium)을 감당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단기 변동성보다 영구적 자본 손실을 진짜 위험으로 보는 패밀리오피스의 위험 정의와 정렬됩니다.

넷째, 위험의 정의 자체가 다릅니다.

일반 자산운용사에게 위험은 통상 변동성(volatility) — 표준편차로 측정됩니다. 패밀리오피스에게 위험은 영구적 자본 손실(permanent loss of capital)과 세대 간 구매력 저하입니다.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일반 자산운용사는 분기 변동을 줄이려 하지만, 패밀리오피스는 변동을 감수하더라도 한 세대에 걸친 구매력을 지키는 것을 우선합니다. 이 사고가 wealth protection이라는 개념의 출발점입니다.

다섯째, 분산의 layer가 다릅니다.

일반 자산운용사의 분산은 자산 분산에 머무릅니다. 패밀리오피스의 분산은 — 자산뿐 아니라 — 사법권(jurisdiction)·entity·통화·거주지·시민권·자산 보관 위치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이는 단순 분산이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hedge입니다. 한 국가의 정치적 격변·통화 위기·자산 동결 risk에 가문 전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한국 같이 지정학적 risk가 상존하는 환경에서 거주하는 가문에게는 — 이 layer의 분산이 자산 분산만큼 중요해집니다.

여섯째, path dependency가 작동합니다.

일반 자산운용사는 fund의 인생이 시작과 끝이 명확합니다 — launch에서 liquidation까지. 패밀리오피스는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습니다. 가문이 한 세대를 넘어 지속하는 한 운영도 지속됩니다. 이는 단순한 시간 길이의 차이가 아닙니다. 한 세대의 누적된 의사결정의 결과를 다음 세대가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 운영의 모든 결정이 다음 세대의 출발점을 결정한다는 — 무게를 만듭니다.

이 여섯 가지가 합쳐지면 — 패밀리오피스는 단순히 큰 돈을 운영하는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운영 양식임이 분명해집니다. wealth protection을 1차 목표로, 글로벌 자산배분과 다층적 분산을 도구로, 세대 단위의 시간으로 운영되는 — 자기 가문 자체가 운영 대상인 — 양식입니다.

Part 4.  존재 이유

Q10.  그러나 가족의 일은 부모가 직접 결정하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왜 굳이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패밀리오피스의 존재 이유 자체입니다.

개인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면 — 패밀리오피스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조직과 시스템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사실들을 한 가족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가장이 오늘 갑자기 사고를 당하거나 세상을 떠나면, 남은 가족 구성원이 차질 없이 일상과 자산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가.

가장만이 알고 있는 자산의 위치, 외부 자문가의 연락처, 진행 중인 거래, 가족 자산의 전체 그림을 — 가장 외에 누가 알고 있는가.

여러 국가에 분산된 자산의 상속 절차를 누가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정리되어 있는가.

배우자가 갑자기 가장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안내해줄 framework가 있는가.

자녀가 어느 시점에 자산 운영의 일부를 인수해야 한다면, 그 인수를 위한 학습과 단계적 위임 체계가 있는가.

이 질문들은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글로벌 family wealth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패턴 중 하나는 — 1세대가 축적한 가문 자산이 3세대까지 온전히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영미권에는 “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 이탈리아에는 “dalle stalle alle stelle alle stalle”, 중국에는 “富不過三代”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같은 패턴이 관찰되었다는 것은 — 이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패턴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패턴이 발생하는 이유로 가장 자주 지적되는 것은 자산 운용 능력의 부재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 가문 안에 자산·가족·다음 세대를 통합 운영할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가문 운영은 — 그 한 사람과 함께 끝납니다.

Q11.  그러면 패밀리오피스의 진짜 기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무엇입니까

위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단 하나의 명제로 요약됩니다.

패밀리오피스는 한 사람의 생존에 가문이 의존하지 않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 명제 안에 패밀리오피스의 모든 기능이 정렬됩니다.

투자 운용 시스템이 있는 이유는 — 가장이 없어도 자산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외부 자문가 네트워크가 있는 이유는 — 가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단절되어도 가문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가문 archive가 있는 이유는 — 가장의 기억과 판단이 사라져도 다음 세대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다음 세대 교육이 있는 이유는 — 시간이 흘러도 이 시스템이 다음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조직과 시스템을 만드는 비용은, 이 의존성을 해소하는 비용입니다. 그리고 이 비용의 임계점은 지금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Part 5.  단순화의 유혹과 그 한계

이 마지막 장은 — 패밀리오피스 운영에서 가장 정직하게 마주해야 할 질문 — 후손이 글로벌 자산배분의 깊이를 가질 수 없거나 가질 의향이 없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 에 대한 답입니다.

단순화의 유혹

Global Asset Allocation의 layer를 운영한다는 것은 — 정직하게 말하면 — 어렵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다국적 세제·법제에 대한 framework, 거시 cycle에 대한 통합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 그리고 자연스럽게 — 한 가지 유혹이 등장합니다.

이 모든 복잡성을 운영할 깊이를 후손이 갖지 못한다면 — 차라리 portfolio를 단순화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모든 자산을 S&P 500에 두면 깊이가 없어도 운영이 가능하지 않은가?

이 유혹에는 정직하게 답해야 합니다. 이 유혹이 답인 것처럼 보이지만, wealth protection의 관점에서는 답이 아닙니다.

S&P 500 100% 전략의 한계

Warren Buffett이 2013년 자신의 부인을 위한 유언에서 “S&P 500 90% + 단기 국채 10%”를 권고한 사례는 자주 인용됩니다. 그러나 이 권고에는 자주 간과되는 매우 특수한 전제가 있습니다.

Buffett의 부인은 미국 시민이고, 미국에 거주하며, 자산이 미국 자산이고, 그분이 떠난 후 자산을 받을 다음 세대도 미국에서 살아갑니다. 단일 통화·단일 사법권의 risk가 — 그 가족에게는 — 사실상 분산할 필요가 없는 risk인 것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가문이 USD 자산 100%를 보유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layer의 결정입니다.

단순화가 답이 아닌 더 깊은 이유

기술적 약점보다 — 더 본질적인 — 이유가 있습니다.

Portfolio의 복잡성은 가문에게 부담이 아니라 훈련의 자리입니다. 글로벌 자산배분, 다국적 entity, 실물자산, alternative — 이 복잡성이 가문의 다음 세대로 하여금 글로벌 시야와 통합 사고를 강제로 학습하게 만듭니다.

Portfolio를 단순화한다는 것은 — 자산을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 그 학습의 자리를 없애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산은 보전될 수 있지만 — 가문의 사고 양식은 보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고 양식이 사라지면 — 한 세대 후의 후손은 왜 이 portfolio를 이렇게 두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 시점에 portfolio는 — 단순하든 복잡하든 — 외부 service provider의 권고에 위임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1세대가 축적한 자산이 3세대를 넘지 못하는 가장 흔한 경로입니다.

정공법 — 4-Layer 시스템

깊이 부재의 진짜 hedge는 portfolio의 단순화가 아닙니다. 진짜 hedge는 네 가지 layer입니다.

Investment Policy Statement (IPS). 가문의 자산배분 원칙을 — 한 사람의 머릿속이 아니라 — 문서화합니다. 누가 운영해도, 시간이 흘러도,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framework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단일 외부 advisor 또는 trustee. 가문의 깊이가 흔들리는 시점에 그 깊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신뢰의 인격. 글로벌 SFO의 표준적 layer입니다.

Trust 구조. 자산을 후손에게 직접 이전하지 않고, trust 안에 두고 professional trustee가 IPS에 따라 운영하게 하는 framework. 후손은 trust의 beneficiary이지 운영자가 아닙니다. 후손의 깊이 부재를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자산 운영의 책임을 분리하는 방법입니다.

지속적인 다음 세대 교육. 가장 본질적인 layer입니다. “후손이 깊이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영구적 사실이 아니라 현재의 사실일 수 있다는 인식. 가문이 다음 세대를 학습의 자리로 끌어들이는 framework가 있다면 깊이는 시간을 두고 형성됩니다.

이 네 layer가 — portfolio의 단순화 보다 — 진짜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