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V.
Global Asset Allocation
분산이라는 실천
분산(diversification)은 한국의 자산가들에게 익숙한 단어다. 대부분은 이를 하나의 기법으로 이해한다. 주식과 채권과 부동산에 자산을 나누어 담는 일, 한 종목에 몰지 않는 일, 위험을 여러 바구니에 흩어두는 일. 틀린 이해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산의 가장 얕은 층위다.
한 가문의 시야에서 분산을 다시 보면, 그것은 종목이나 자산군의 문제가 아니라 — 국가, 통화, 제도, 그리고 시대의 문제다.
한 나라의 운명은 한 세대 안에서도 크게 바뀐다. 100년 전 가장 부유했던 도시가 지금은 그렇지 않고, 한 세대 전 가장 안전해 보였던 통화가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떤 법체계가 영원히 사유재산을 지켜줄 것인지, 어떤 시장이 다음 50년에도 성장할 것인지 —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한국의 지난 한 세기만 돌아보아도, 한 나라 안에서 자산의 안전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다.
그래서 진짜 분산은 —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정직한 인정에서 출발한다.
한 곳에 자산을 집중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 한 곳이 계속 안전하리라는 데 거는 베팅이다. 그 베팅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문의 시간은 한 사람의 판단보다 길다. 지금 옳아 보이는 확신이 다음 세대에도 옳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글로벌 분산은 이 확신을 거두는 일이다.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통화, 어느 한 제도에 가문 전체의 운명을 묶지 않는 일이다.
우리에게 그것은 추상적인 원칙이 아니라 실행된 결정이었다. 원화는 오천만 명이 쓰는 지역 화폐다. 우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이 시대의 기축통화인 달러로 바꾸어 국경 밖으로 옮겼다. 미국이 영원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돈이 달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의 돈 역시 시대와 함께 저문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
그리고 분산은 한 번 설계하고 끝나는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계속 돌보아야 하는 실천이다.
시장은 움직이고, 통화의 가치는 변하고, 한때 균형이었던 배분은 시간이 지나면 한쪽으로 기운다. 건축이 아니라 정원에 가깝다. 한 번 심어두면 알아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계절마다 살피고 덜어내고 옮겨 심어야 균형이 유지된다. 분산이 “실천”인 이유가 여기 있다. 그것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분산이 지키는 것은 자산의 가치만이 아니다.
가문의 중요한 것들이 한 사람, 한 장소, 한 시스템에 집중되어 있을 때, 그 집중 자체가 가장 큰 취약성이 된다. 자산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를 한 사람만 알고 있다면 — 그 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순간 가문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분산은 자산을 흩어두는 일인 동시에, 그 자산에 대한 이해와 통제를 다음 세대와 나누어 갖는 일이기도 하다. 물리적 분산과 지식의 분산은 함께 가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글로벌 자산배분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기법이 아니다. 그것은 가문이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치는 토대다. 충분히 분산된 가문은 — 어느 한 곳이 흔들려도 전체가 흔들리지 않기에 — 더 긴 시야로 사고할 수 있고, 더 평온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
Voda Family Office가 분산을 사고할 때, 우리는 더 높은 수익을 좇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문이 모르는 미래 앞에서 겸손하기 위해 분산한다. 분산은 미래를 이기려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분산에는 마지막 층위가 하나 남아 있다. 분산은 나누는 법을 가르쳐 주지만, 무엇에 담아야 하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 질문의 끝에는 더 오래된 질문이 있다.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도, 무엇이 남는가.